BLUES SUSPENCE
HAVE GOT ONLY FIFTY NINE SECONDS LEFT

PEN OF MISS KAKUTANI

겁이 많은 사람의 주기

일주일 중 단 하루뿐인 휴무가 이리 허무하게 지나가버리다니 진심으로 슬플 따름이다. 시계가 벌써 새벽 한 시를 향해간다. 디어클라우드의 넌 아름답기만 한 기억으로를 들으며 일기를 쓰고 있다. 박정대 시인을 가르쳐준 분이 들려준 곡이다. 디어클라우드가 나오기 전에는 넬의 얼음 산책을 들었다. 넬 4집 중에서도 이 비슷한 가사의 노래가 있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넬 빠돌이인 동생 덕분에 넬이 좋아졌다. 좀 쥐어짜는 신파랄지 청승이랄지 여하간 그런 것이 마음에 안 들어 싫어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 좋다.

요즘은 옷가게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이 일이라는 것이 여태껏 내가 해온 식상한 아르바이트들 중에서 제일 힘들다. 물론 옷가게 점원의 할 일은 손님 들어올 때 환히 응대하고 사이즈 찾아 꺼내주는 게 다 아니었는가? 하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미얀마 독립 운동가 아웅산 수지 여사가 말했던 '겁준다고 겁먹지 말되 겁 없이 살지 마라. 칭찬한다고 자존하지 말되 자존 없이 살지 마라' 를 최소 세 번씩 읊조린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걸까. 막상 출근하면 가게 안을 사방팔방 휘저으며 신나게 돌아치지만 퇴근하고 나서는 또 그놈의 겁이 나를 잡아챈다. 삶을 겁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그러나 항상 이렇게 우중충한 심리 상태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옷가게의 시스템을 비롯하여 옷의 색감 대비라든가 디자인이라든가 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내가 앞으로 전공하고자 하는 공부를 할 때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는 작년 가을까지 일했던 아이스크림 가게의 사장님이 직접 옷가게로 오셔서 이곳 사장님에게 내 칭찬을 해주셨다. 가게가 서로 가깝고 지금 일하는 옷가게의 옷을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이 좋아하셔서 가능했던 일이지마는 그래도 뿌듯하다. 옷가게는 이효리가 선전하는 브랜드인데 옷들이 죄다 내 스타일이어서 매일같이 입어보고 행복해한다. 막 호피 이런 아이템들이 잔뜩인데 난 호피 규신이다. 호피 완소. 최근 가게에서 일할 때 입는 옷은 검은색과 진회색이 섞인 호피 원피스. 그댄 딱 내 스타일이야! 사고 싶지만 많이 비싸서 그저 울 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내일 또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니 이만 접고 자야겠다. 다 쓰고보니 매우 초딩 일기. 휴무 끝나서 슬프지만 넬이 좋고 칭찬 받아 기쁘며 옷이 비싸 살 수 없어 가슴 아픈. 노래는 흘러흘러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가 나온다. 그대가 보내준 새하얀 꽃잎도 나의 눈물에 시들어 버렸고, 그대 떠나면 어디로 가는지 나 알 수 없으니 떠나지 말고 그저 내 곁에 있으라는 가사 참 애절하다. 어디로 떠나는지 알기라도 하면 덜 슬플 것 같은 그 느낌.

나도 조금은 안다.
by mannoc | 2009/08/28 01:46 | 블루즈 서스펜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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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nnoc at 2009/08/31 01:05
비가 오면 허리가 아파 대부분 낮잠을 자며 하루를 소비한다는 그 사람. 나중에 우리 함께할 때 비가 내리면 비빔국수와 부침개를 같이 해먹기로 한 그 사람.. 문득 생각난다. 그래. 우리 같이 이런 약속도 했었는데 지금은 나 홀로 약속만 되새긴다.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기억이 멈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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