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S SUSPENCE
HAVE GOT ONLY FIFTY NINE SECONDS LEFT

PEN OF MISS KAKUTANI

비 오는 날의 루틴

"비가 내리면은 아침 일찍 일어나 빗소리에 기꺼워하며 신선놀음을 하다가 점심으로 짬뽕을 먹습니다. 포장마차식 가락국수도 좋아요. 부침개와 함께하는 비빔국수라면 이것도 물론 괜찮구요. 그러고나서 저녁까지 비가 온다면 반드시 정종을 마셔야 합니다."

모친에게 여쭙자 여사님 왈 짬뽕은 모르겠으나 집 아래의 칼국수집에서 칼국수는 한번 먹어보고 싶다신다. 칼국수 논노 무조건 짬뽕을 먹어야 함미다 땡깡부리다가 결국은 짬뽕 먹기로 하고 단골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휴일인 모양으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일전에 말한 그 중국집이다. 이 집은 다 좋은데 장사를 무작위로 쉰단 말이야! 툴툴거리면서 그냥 집 아래 칼국수 먹으러 갔다. 내 칼국수를 다 먹고 엄마가 남긴 칼국수도 내가 다 마셨다. 주인 할머니가 허허 웃으며 어이구 맛있게들 잡쉈네 말을 건네셨을 때에야 비로소 민망해졌다. 엄마 내가 너무 많이 먹었나봐.. 뭘 다 먹어놓구 쉰소리야 빨리 나가. 칼국수집을 나선 엄마는 가게에 가봐야겠다며 그쪽으로 가고 나는 집에 올라갔는데 복도에 누가 서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그리고 비가 온다. 아침에 일찍 눈떴을 때 빗소리를 듣고선 점심 쯤 친구를 초대해 짬뽕을 먹고 저녁에도 계속 비가 온다면 나가 정종을 마시고 싶다 생각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누가 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한데 내가 생각하는 그 아이는 나와 정반대로 비가 오는 날을 몹시 싫어하여 비 오는 날이면 있는 약속도 깨는지라.. 뭐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바로 그 녀석이 집 앞에 있던 것이다. 눈이 마주쳤다. 아는 얼굴인지 헷깔려서 멍때리고 있는데 서 있는 사람이 씩 웃더니 뭐라 비아냥댄다. 연락이 안 되어 행차하셨단다. 집도 깨끗하지 않은데 매번 아무렇게나 찾아와서 기다리면 어떡하느냐고 승질내도 소용없다. 남친 같은 죽마고우 녀석의 방문으로 오늘 오후가 윤색해졌다.
by mannoc | 2009/06/20 21:53 | 블루즈 서스펜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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