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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격렬하게 슬퍼하지는 않아도 그래 어느 드라마에서 말하듯 ㅡ 마치 파도처럼 마음이 일렁이는 때가 있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덜 괴로워야지 다짐해도 안 될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조용히 지냅니다. 우리 서로에게 건넨 약속들 말예요 세어보면 꼭 쉰 개는 될 텐데 혹시 기억하는지.. 마흔아홉 가지 모두 잊더라도 마지막 한 개만 지켜준다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할 것 같은데..
한 달에 한 번씩 요식업자들은 무려 참가비씩이나 내고 요식업 교육을 받아야 한다. S여사는 이것이 전부터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그 교육 같지도 않은 교육에 뺏긴다는 점에서 우선했고 쓸데없는 교육을 받으며 피 같은 돈 육천 원을 매달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요식업 교육에 참가한 S여사는 나눠받은 책자에 낙서를 하며 생각했다. 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딘가. 그녀는 쉬는 시간 화장실에서 담배를 태워대다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오늘은 담배도 맛이 없군. 이른 아침부터 급하게 나오느라 커피를 마시지 못했다. 그래 커피라도 마시자! 그런데 지갑을 열어보니 동전이 단 하나도 없다. 옘병 씨팔 살다살다 동전 두 개가 없어서 커피를 못 마시는 경우가 다 있네. 욕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옆에서 거울을 보던 어느 요식업자가 그녀에게 동전 두 개가 필요하느냐 묻는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상대방은 친근하게 웃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S여사는 그것이 고맙지 않았다. 그러실래요. 감사의 말을 건네지 않고 동전 두 개를 넙죽 받아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욕하고 삽시다 아놔 엄마가 며칠 전에 해준 얘긴데 진짜 너무 웃겨가지고; 엄마 요즘에 갱년기여서 사는 게 너무 재미없고 필터링 없이 욕도 쉽게 잘 나오고 매사에 짜증뿐이라며 일화를 얘기해주기에 경청하다 미친 듯이 웃었다. 웃으면 안 되는데 화장실에서 담배피다가 욕하는 모습이 너무 희극적이라 나도 모르게.. 아유 그래 뭐 어때 욕 좀 하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어 욕하고 싶을 때 욕해! 농담하듯 부추겼으나 한편으로는 좀 씁쓸해졌다. "비가 내리면은 아침 일찍 일어나 빗소리에 기꺼워하며 신선놀음을 하다가 점심으로 짬뽕을 먹습니다. 포장마차식 가락국수도 좋아요. 부침개와 함께하는 비빔국수라면 이것도 물론 괜찮구요. 그러고나서 저녁까지 비가 온다면 반드시 정종을 마셔야 합니다." 모친에게 여쭙자 여사님 왈 짬뽕은 모르겠으나 집 아래의 칼국수집에서 칼국수는 한번 먹어보고 싶다신다. 칼국수 논노 무조건 짬뽕을 먹어야 함미다 땡깡부리다가 결국은 짬뽕 먹기로 하고 단골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휴일인 모양으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일전에 말한 그 중국집이다. 이 집은 다 좋은데 장사를 무작위로 쉰단 말이야! 툴툴거리면서 그냥 집 아래 칼국수 먹으러 갔다. 내 칼국수를 다 먹고 엄마가 남긴 칼국수도 내가 다 마셨다. 주인 할머니가 허허 웃으며 어이구 맛있게들 잡쉈네 말을 건네셨을 때에야 비로소 민망해졌다. 엄마 내가 너무 많이 먹었나봐.. 뭘 다 먹어놓구 쉰소리야 빨리 나가. 칼국수집을 나선 엄마는 가게에 가봐야겠다며 그쪽으로 가고 나는 집에 올라갔는데 복도에 누가 서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그리고 비가 온다. 아침에 일찍 눈떴을 때 빗소리를 듣고선 점심 쯤 친구를 초대해 짬뽕을 먹고 저녁에도 계속 비가 온다면 나가 정종을 마시고 싶다 생각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누가 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한데 내가 생각하는 그 아이는 나와 정반대로 비가 오는 날을 몹시 싫어하여 비 오는 날이면 있는 약속도 깨는지라.. 뭐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바로 그 녀석이 집 앞에 있던 것이다. 눈이 마주쳤다. 아는 얼굴인지 헷깔려서 멍때리고 있는데 서 있는 사람이 씩 웃더니 뭐라 비아냥댄다. 연락이 안 되어 행차하셨단다. 집도 깨끗하지 않은데 매번 아무렇게나 찾아와서 기다리면 어떡하느냐고 승질내도 소용없다. 남친 같은 죽마고우 녀석의 방문으로 오늘 오후가 윤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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